속닥속닥이야기(미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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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창읍성, 고창모양성의 황홀한 봄의 야경

등록자베리팜

등록일2014-04-11

조회수4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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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

 

 

전북 고창에는 이즈음 봄이 넘실거리고 있다. 빨강·하양·분홍 꽃들이 산과 들을 수놓고, 융단처럼 깔린 보리밭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고창에서 봄 풍경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선운사의 동백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땅에서 고창이 대표적인 봄 여행지로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선운사 동백꽃이 있어서다.

‘겨울 동(冬)’자를 쓰는 동백이라는 이름은 겨울 끝자락에 피어 봄의 도래를 알린다고 해서 붙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운사 동백은 동백이 아니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춘백(春柏)’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선운사 동백꽃은 우리 땅에서 가장 늦게 피는 동백꽃으로 알려져 있다. 3월 하순에나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해 4월이 훌쩍 넘어 만개한다. 고창 출신 시인 미당 서정주가 시 ‘선운사 동구’에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라고 했던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선운사 동백나무 숲은 500여년 전에 조성됐다고 전해진다. 대웅보전과 영산전 뒤에 칡나무처럼 엉킨 3000여 그루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주변 숲에 비하면 유난히 짙은 녹색을 띠고 있어 멀리서 봐도 한눈에 구분이 된다.

전국적으로 며칠째 이상고온이 이어진 지난 주말에도 선운사 동백꽃은 절반이 조금 넘게 피었다. 만개를 기대했던 관광객들은 “동백이 아니라 춘백이 맞구먼” 하며 아쉬워한다. 선운사 동백꽃은 통상 5월 초까지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동백꽃은 이처럼 늦지만, 선운사에는 이미 봄이 가득 차 있다. 범종각 앞 목련꽃은 땅바닥을 하얗게 뒤덮었고, 주변 선운산 자락 곳곳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고창의 봄꽃 명소라면 고창읍성도 빼놓을 수 없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원년(1453년)에 축조된 성곽이다. 모양성이라고도 불리는데, 나주 진관의 입암산성과 함께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성곽 둘레는 1684m로,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고즈넉한 산책길이다.


고창모양성

 



고창읍성은 철쭉꽃 명소다. 4월 말이면 성곽을 따라 이 일대가 온통 분홍빛 철쭉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아직 철쭉이 만개하지 않은 이즈음에도 고창읍성에는 상춘객들이 몰려든다. 성곽을 따라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기 때문이다. 화사한 순백의 벚꽃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옛 성곽과 어울리니 한층 더 정취가 넘친다. 벚꽃잎이 함박눈처럼 흩날리는 성곽 위를 천천히 걸으면 가슴에 춘흥(春興)이 가득 찬다.

고창읍성은 반드시 해가 진 뒤에 다시 한번 찾아야 한다. 원래 벚꽃은 어둠이 깔린 뒤 은은한 조명을 받을 때 더 화려하게 빛나지 않던가. 오후 7시가 조금 넘어 하늘에 푸른빛이 감도는 이른바 ‘매직 아워(Magic Hour)’가 되자 고창읍성의 벚꽃은 황홀경을 빚어낸다. 성벽 위 어둠 속에 뭉게구름처럼 떠 있는 벚꽃은 가슴을 저릿저릿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이 감동적인 정경 하나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봄날 고창을 찾아도 좋을 듯싶다.



고창=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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